안갯속 데이지

바람도 쪽잠을 자는 늦은 밤

구름들은 가는 듯 마는 듯


일교차를 가시기에

달은 처연히 밝을 뿐이다


하이얀 창백은 위태로울 뿐


이따금 불어오는 돌풍에

흩날리는 꽃잎은 추락할 운명을 아는지


흐른다는 것은 존재의 이유인지

시공이 차면 흘러서 넘치는 것인지


달이 차면 또 기울어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도 못한 채

깊은 밤마저 심연으로 채워본다


채움은 묻기 위함일까 덮기 위함일까

가리기 위함일까 충만하기 위함일까


해답을 얻기 위해 어디엔가 오르고

하염없는 하늘을 마주하는 그대


때가 오면 해가 오름에 비칠 풍경을 봐주오


허나 그 꽃들을 밟지 마오


동이 트는 새벽 운무에 감싸인


안갯속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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