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黎明]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늦은 밤


안다는 것도 이해한다는 것도 소용이 없는 현실과

일상 [日像] 밖의 시공


오감으로 풍요로웠던 인간 세상의 뒤안길에서

그저 무언가 살아 있음을 더듬더듬 알아 간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나날이 새롭지만

정작 비추어져야 할 설야 [雪夜],

이영 [移影], 너와 나, 안팎, 정상을 위한 비정상


감각으로 족한 인간사 그것으로 만족하다면

돌고 도는 일상은 주머니에 채워질 돈을 위함이렸다


허나 부단히 일하는 가운데에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파생되는 문제에

집으로 돌아오는 때에


오롯이 홀로된 때에


밤에 잠에 들고

밤잠을 설치고

상념에 젖어 올려다가 보는


무한히 펼쳐지는 우주와

허공을 채우기 위한 별들의 속삭임은 무얼까


시리도록 아리우는 성운의 향연

억겁을 회도는 미리내의 유영


일동 [日動]에 영동 [影動]하여 천심 [天心]이 월 [月]이나

기제 [旣濟]에 이은 미제 [未濟]에 언제나 침잠하는 달이 이른 새벽.


본원의 공 [空]에 가 닿은 


념 [念]


있었기에 사라진 어제


칠흑의 심연에서부터 한 떨기 꽃처럼 피어오르는 그 무엇


동이 터 오는 푸른 새벽

붉은 해가 오르는 녘


여 남은 생 영겁에 비하는 바

없음과 마찬가지이나


유일 [有日]하지 못하여도 한 번쯤 타오르다 멸하겠나이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