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에, 어느 겨울에

살결에 닿는 눈 오는 길을 걷는
어느 겨울, 어느 결에 만날 그날의 날씨

푸르름도 잊은 새하얀 낮은 꿈의 빛깔
함박눈이 별처럼 나리는 까만 밤은 결실의 색깔

눈이 내린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야

눈구르뫼에 지천이던 설화가 잎새를 떨굴 적에
볼 빨간 몽글어짐으로 서린 추위를 무마하는 것

일상으로 굴리었던 쳇바퀴 속에서
백치의 걸음을 환하게 비추는 낮에는
그대에게 보임 직할 테지만

저기 저 별만이 낯을 비추는 밤에
너와 내가 하나가 될 그날은
먼 별만큼 멀고 머나먼 이야기가 아닐까

흐르는 삶에 어느 세월에 살이 바래져
스러지고 화하여 밀알이 될 그날에

어느 결에, 어느 겨울에 너와 내가 흩날리어
소복이 쌓일 우리가 되는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