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목장] 0. Intro

  ‘알프스산맥에서 보더콜리가 양을 치는 목장을 하며 흔들의자에 앉아서 소설책을 보는 노년을 사는 거야.’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우연히 켠 텔레비전을 보며 생각했다.


 뭉게구름이 두리둥실 떠다니는 맑은 하늘과 짙푸른 초록이 무성한 산등성이에서는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노닐고 있었다. 양치기 개는 주인의 곁에 엎드려 이따금 눈을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양들의 동태를 살폈다. 주인은 흔들의자에 흔들흔들 앉아서 이름 모를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있었다.


 천국 다음가는 평화라면 저런 풍경이 아닐까?


 그때부터 나의 꿈은 목장 주인이 되었다.


 시골에서 자란 덕에도 그런 꿈을 꿀 수 있었으리라.


 목장 주인이 되려면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가야 할까? 부모님께서 대학은 졸업하길 원하시니까 말이다.


 혼자 인터넷을 검색하며 찾아내길, 동물과 관련된 학과는 축산과와 수의학과가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수의학과가 입시 결과가 더 높았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성적이 잘 나오면 수의학과를 가고 아니면 축산과를 가야겠다는 간단한 생각을 했다.


 그게 내 인생길의 시작이었고, 또 그땐 잘 몰랐다.


 목장의 가축들이 사람과 함께 24시간 살아있는 한 축산업 종사자들 또한 매일매일 일해야 한다는 점.


 코로나 대유행과 기후변화, 세계 각지의 전쟁과 경기 침체.


 푸른 것은 자연뿐만일까 하는 한숨 섞인 의구심을 해결하고 성실히 일을 수행해서 지역사회 축산업계에 좋은 인상을 심고 우직하게 일하는 황소 같은 역꾼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여명에 차를 몰아 나의 일터인 목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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