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게 올 적에

그대, 나의 사랑이여

내게 올 적에 위선을 벗은 채 오지 마세요.

나는 당신과 한잠에 들어도 같은 꿈을 꾸는지 알 수 없는걸요.

그대 헐벗은 몸으로 오신다면

두 눈에 별이 뜨는 푸른 밤은 분명 춥기만 할 거예요.


그대, 나의 사랑이여

내게 올 적에 한달음에 오지 마세요.

오아시스를 발견한 모래사막의 방랑자에겐 갈욕을 풀어줄 것밖에는 내겐 없는걸요.

그대 무작정 오신다면

속마저 타들어가는 그대에게 나는 신기루일지도 몰라요.


그대, 나의 사랑이여

내게 올 적에 나를 마주보고 걸어오지 마세요.

서로에게 멈추어 서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은 아닌걸요.

인류의 흐름 속에 어쩌면 당신은 꿈만 같은 찰나를 뒤로하고

되돌아봐도 뒷모습뿐인 과거가 될지 몰라요.


그대, 나의 사랑이여

내게 오는 그대에게 갈적에 나는 여느 연인들이 그러하듯 가겠어요.

따스한 햇살과 위로의 달님이 걸어 걸어 우리 발디딘 지구에 생명을 주셨듯

우리만의 소우주에서 대폭발과 천지창조를 헤쳐나가다 보면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제2의 지구별에 닿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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